타유타마 -kiss on my deity-

 7월 11일에 발매된 Lump of Sugar의 신작. 원화는 전작을 해봤으면서 눈이 달린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모에키바라 후미타케, 시나리오는 후미카타 치히로(명의만 신인). 작품을 낼 때마다 시나리오 라이터가 늘 바뀌었기 때문에ㅡ물론 기본적인 틀을 잡는 건 P,D지만ㅡ뭐라고 짐작을 하기는 어려운 브랜드이긴 하지만, 졸음에 대한 내성을 기르며 도를 닦기에 적합했던 전작들과 달리 체험판이 은근히 완성도가 괜찮아서 어느 정도 기대를 걸었다.

 체험판만 봐도 본작의 소재면에서의 우수함은 충분히 알 수가 있었고 체험판 분량의 시나리오는 충분히 좋은 느낌이었다. 물론 몇몇 히로인이 좋은 인상이 거의 없다는 난점이 있기는 했지만 상식적으로 판단하건대 본편에서는 해소되리라 믿었으니까. 일단 소재면을 살펴보면 모에키바라 후미타케의 원화는 상당히 좋은 편이고 CG나 기타 그래픽적 연출, 음악 등 모든 면에서 상위 클래스라고 해도 허언이 아닐 정도로 우수한 편이다. 뭐, 그걸 차치하더라도 시나리오 위주의 판타지+ 모에 오락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시나리오만 주어진다면 충분하다. 체험판 분량은 나름대로 세계관도 있었고 전개도 그럭저럭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는 어느 정도 만족함이 있었다.

 그렇다면 본편은 어떠한가?

 체험판 분량이야 더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만, 체험판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주적(?)인 3강과의 대결(?)이 각 히로인의 스토리와 엮어지면서 전개된다. 이 부분은 첫 플레이시 퍽 재미가 있었다. 뭔가 대단히 전투적이고 본격적인(?) 세계관에서의 배틀을 기대한 사람이 혹시라도 있었다면 조금 헛물을 켰을지도 모르겠으나, 각 히로인의 이야기에 각 3강을 매치시켜 전혀 시리어스하지 않고, 되려 `사실은 다 착했다`라는 식의 모에게틱한 전개로 끌고 가는 이야기에 되려 호감을 가졌다. 히로인의 매력(모 캐릭터 제외)이나 조연인 각 3강의 캐릭터는 캐릭터 게임으로서도 충분한 재미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히로인의 이야기와 3강의 이야기를 한 번에 묶어 밀도 있게 처리하는 깔끔한 진행은 개인적으로는 꽤 좋았다.

 ……라고는 하지만 두 번째 플레이부터는 조금 사정이 달라진다.

 각각의 시나리오를 그냥 못 썼거나, 재미가 없다면 이해를 할 수 있겠으나, 똑같은 에피소드를 순서만 바꿔서 계속 보게 하는 것은 누구네 법도일까. 위에서 밝혔던 따뜻한(??) 3강 이야기가 각 히로인 시나리오별로 순서만 바꿔서 같은 내용이 계속 나온다는 것이다. 그것도 1회 플레이시 전체 시나리오 분량의 80~90%이상이나 차지한다. 스킵 기능이라도 제대로 먹어주면 안심이지만, 똑같은 내용 주제에 대사는 한 두마디 달라져서 툭하면 스킵이 미독문장에 막혀 정지되니 짜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렇게나 울궈먹는 부분이 많은데, 개별 스토리마저 빈약하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구성이 된다. 뭐, 어쩌라고?

 거기다가 몇몇 캐릭터. 아니, 딱 집어서 말하면 아메리. 체험판에서도 사실 좋은 구석이 한 가지도 없었던 민폐 캐릭터였지만 본편의 자기 시나리오에서도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 오버스럽게 자기중심적이라 유행했던 츤데레, 라기보다는 그냥 가정교육 잘못 받은 year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현실 세계에서야 뭐 이런 민폐인간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걸 꼭 게임에서까지 봐야 하나. 유저는 게임에 비일상을 원하는 거지 발에 차일 듯한 일상의 재현을 원하는 게 아니다.

 아메리의 개별 시나리오에 나왔던 `일부러 다른 학교로 진학했다`는 이유도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허탈할 뿐이고, 결말은 다함께 bye-bye. 이 정도면 일부러 버린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뭐, 아메리 뿐만 아니라 히로인 개별 스토리가 전부 다 짧고 빈약하긴 하지만 특히.

 그에 비하면 조연 캐릭터, 특히 3강의 오류나 누에 같은 캐릭터는 개성이 뚜렷해서 좋았다. 특히 누에는 체험판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키쿠라미나 꼬마 마시로보다도 강력한 매력을 보여줘서 OK. 팬디스크라도 낸다면 꼭 누에 루트를 넣어주기 바란다.

 대충 정리하자면, 그래픽이 뛰어나고 음악, 특히 보컬곡이 많으며 원화도 뛰어나니 소재면에서는 더할 나위없이 훌륭하며, 거기다가 공통 루트의 3강과 대치하는 부분은 꽤 괜찮다. 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모두 마이너스. 특히 시나리오에서 공통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전체 시나리오 분량에 비해 너무 많고, 그나마 순서만 돌려가며 대사 한 두마디 바꾸면서 땜질하는 꼴은 정말 holy shit이다. 그런 주제에 분량도 얼마 안되는 히로인 개별 스토리가 지나치게 빈약. 아메리는 뭥미? 어쨌든 덕분에 밍숭맹숭한 기분이 남을 뿐이다. 

 발매일에 (아마도 되팔이 때문에) 매입가 3천엔을 찍긴 했지만, 퀄리티를 보니 앞으로도 오르긴 힘들 것 같다. 시나리오인 후미카타 치히로는 명의만 신인이고 업계 고참 라이터라고 최초 정보에 있었는데, 게임을 보니 이젠 누군지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

by 有栖 | 2008/07/17 00:32 | 갖가지 감상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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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디텍티브 at 2008/07/17 00:50
시나리오 공통부분이 많은건 아쉬운 부분이군요...orz
Commented by jjss227 at 2008/07/17 03:16
히로인들보다 3강이 훯씬 매력적이더군요. 누에 ㅎㅇㅎㅇ
Commented by B\'z at 2008/07/17 12:32
전 관심이 없었던 작품이었는데,,,주변 사람들은,,,무척 기대를 하시던,,그 작품이군요 ^^
똑같은 시나리오로,,,플레이를 하게 만들면;;;지루해질수 밖에 없는;;;;
Commented by 카토레아 at 2008/07/17 17:20
중첩된 부분이 상당히 많나보네요 -_-;; 이러면 당연히 2회차부턴 재미가 떨어질 수 밖에... 하지만 미후유 때문이라도 하긴 해야할것 같네요!
Commented by 有栖 at 2008/07/17 23:10
디텍티브 // 순서랑 일부 대사만 바꿔서 돌려먹는 궁극의 재활용 기법이죠.

jjss227 // 누에 ㅎㅇㅎㅇ

b'z // 저도 어느 정도 기대를 했었는데……. 뭐, 사실 캐릭터면에서는 어느 정도 괜찮긴 했고(누에 ㅎㅇㅎㅇ) 3강과의 대치 부분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재활용을 많이 해서 문제긴 하지만.

카토레아 // 어설프게 대사 바꿔서 스킵이 안되니까 더 짜증이…….
Commented by 가시인형 at 2008/07/18 06:05
엔딩도 기대도 안했던 미후유와 유미나가 나머지 둘보다 더 괜찮았던것도 좀 어이가 없었지요;

팬디스크에서(나온다면) 누에루트 강력추가요망(....) 이왕이면 다른 시나리오도 다듬었으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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